몇 년 전, 석유난로에 꽃혀서 한참이나 알아봤던 기억이 난다. 그당시 많은 시간 검색을 통해 내가 고른 제품은 토요토미 옴니.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더군. 결국 직구로 구매하게 되었고,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유혹당해 충동적으로 두 개나 장바구니에 담는 실수를 저질렀다. 막상 옴니를 받아서 틀어보니 화력이 엄청나더군. 실내에서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캠핑하는 사람들이 옴니를 선호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 추운 겨울에 텐트 안에서 보내려면 어느정도 화력이 있어야겠지. 결국 한대는 박스도 뜯지 않은 채 중고로 팔아버리고 남은 한대는 시골집에 갖다주었다.
그리고나서 새로 구매한 것이 레인보우. 적당한 화력에 인테리어 효과까지 제법 그럴싸했다. 여기에 보리차도 끓이고, 고구마도 구워먹고, 어묵탕도 해먹고! 겨울 한 철이지만 정말 잘 썼다. 그러나 석유난로의 한계랄까? 아무리 냄새 덜 나는 레인보우라도 어쨌든 석유냄새는 났다. 작년 여름 아기가 태어나고 더이상 난로를 사용하지 못한채 계속 방치만 했던 것이다. 얼마전, 정말 오랜만에 난로를 켜봤는데 불꽃이 예전같지 않더군. 심지 수명이 다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 심지를 교체했다. 사실 이 과정에서도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심지 교체 방법 소개도 할 겸 따로 글을 올려보기로 하자.
석유 난로를 가정에서 사용하려고 했던 이유중 하나는 난방비였다. 겨울마다 치솟는 관리비를 보며 연비 좋은 난로를 사용하면 왠지 난방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나의 예상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일단 보일러 대비 집안 온도는 훨씬 높아진다. 바닥을 데우는 보일러와 직접 공기를 데우는 난로를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밤새 난로를 틀어놓으면 진짜 더워서 잠을 못 잘 정도이다. 그래서 문을 살짝 열고 자야 한다. 아니면 새벽에 깨서 한 번 쯤은 환기를 해주던가. 이렇게 되어버리는 이유는 석유난로의 특성 때문이다.
석유난로는 완전연소를 위해 어느정도 불꽃을 유지해야 한다. 불꽃을 너무 작게 조절하면 발열량은 줄지만 불완전 연소가 되어 냄새가 난다. 때문에 전기난로처럼 친절하게 온도를 조절할 수는 없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풀스로틀 or 정지'가 될 것이다. 중간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나마 레인보우는 화력조절폭이 큰 편이다. 다른 난로들은 켜고(10) 끄는(0) 개념만 있다고 본다면 레인보우는 아주 미세하게나마 화력조절이 된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끄거나(0), 켜고(10), 약간 줄이는(8-9) 정도는 가능하다고 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안의 온도조절은 포기하고 사용한 것이다. 나는 밤에 잘 때 거실에 난로를 켜놓고 안방 문을 열어서 사용했다. 그리고 주방 창문을 아주 살짝 열어두었다. 이렇다보니 열효율 자체는 좋지만 낭비되는 에너지가 있는 것이다.
겨울 한 해를 지내고 보니 (지역난방 기준으로) 난방비는 비슷했다. 적어도 우리집 기준으로는 난방비 절감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몇 가지 이점이 있었다. 일단 겨우내 집안 온도는 훨씬 높았다. 그리고 아래 사진처럼 주전자를 올려놓으면 가열식 가습이 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좋았다. 초음파 가습기를 틀어놓으면 이상하게 미세먼지 수치가 치솟아서 공기청정기가 미친듯이 돌아가는데, 이렇게 가습을 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암튼 좋다.
나에게 난로를 사용하며 가장 좋았던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일단 감성적인 면을 먼저 대답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에 따로 표현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아래에 올려놓은 마지막 사진을 본다면 대충은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또다른 좋은 점으로는 '고구마 굽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원래 고구마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난로 위에 구운 고구마를 먹어보고는 180도 바뀌게 되었다. 지금은 고구마를 너무 좋아한다. 오후 내 혹은 밤 새 난로 위에서 구운 고구마의 맛은 정말 맛있다. 이건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난로 위에 두꺼운 냄비를 놓고 그곳에 고구마를 4-5시간 이상 구워내면 밑바닥은 살짝 타지만, 꿀이 줄줄 흐르는 고구마가 된다. 별로 맛이 없는 고구마도 이렇게 구워내면 너무너무 맛있다. 이 맛을 잊지 못해서 에어프라이기, 오븐, 직화냄비 등 갖은 방법을 통해 고구마를 구워봐도 그 맛은 안 난다.
이토록 좋은 점이 많은 레인보우였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작년 여름 아기가 태어나면서 난로를 켜기가 조금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화상 우려도 있고 환기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작년 한 해는 난로 없이 지냈다. 사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아내의 극심한 반대로 겨울 내내 옷방 구석에 두고 사용하지 않았다. 뭐 아내는 애당초 실내에서 난로를 사용한다는 것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그 돈을 주며 난로를 산다는 것에 반대를 했으니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 하겠다. 지금은 이 레인보우가 시골 부모님 댁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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