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스피커 배치를 변경하면서 악기팀은 이어폰으로 모니터링을 하도록 구상을 해봤다. 그 사연과 세부 과정은 아래 링크 참조. 사실 어설픈 사운드 시스템에서는 스피커보다 이어폰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이어폰으로 소리를 듣는다면 잘 안 들리는 경우는 거의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헤드폰 앰프를 이용한 인이어 모니터링이었다.
2019/11/06 - [음향] - 스피커 배치 변경, 피드백 방지를 위한 딜레이 활용
스피커 배치 변경, 피드백 방지를 위한 딜레이 활용
오늘 시간을 내어 모니터 스피커 위치를 변경해보았다. 기존에는 모니터 스피커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스피커의 배치 때문이다. 4대 밖에 없는 모니터 스피커를 2대씩 분리해서 각각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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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회에 나뒹굴고 있는 헤드폰 앰프를 이용해서 유선 이어폰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 핵심이 되는 헤드폰 앰프는 바로 아래 사진에 보이는 베링거 HA400이었다. 방송실 정리를 하다 보니 이 제품이 2개나 방치되어 있었다. 마침 악기팀이 5명이었기에 2명, 3명씩 앰프를 사용하면 될 것 같았다. 믹서에 aux 채널이 부족하였기에 라인 1개만 뽑아서 1번 헤드폰 앰프에 연결해주었다. 2번 헤드폰 앰프의 인풋은 1번 앰프의 4번 채널에서 가져왔다. 이런식의 마구잡이 연결로 인한 음질 저하가 걱정되었지만 막상 연결을 해보니 꽤 괜찮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현재는 베링거 p2를 통해 개인 모니터링을 한다.
문제는 헤드폰 앰프와 이어폰의 연결이었다. HA400은 TRS(스테레오, 흔히 말하는 55잭)를 지원하는데 우리가 갖고 있는 이어폰은 3.5파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알리익스프레스를 찾아보니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젠더를 팔고 있었다. 55잭(수)-3.5파이(암) 변환젠더 가격은 개당 천원도 하지 않았다. 냅다 주문을 해버리고, 추가로 3미터짜리 이어폰 연장선도 구매를 했다. 이것으로 끝인 줄 알았다. 그냥 변환젠더만 끼워주면 다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막상 연결을 해보니 소리가 한 쪽만 나왔던 것이다. 혹시 4극 이어폰을 사용해서 그런줄 알고 3극짜리 헤드폰으로 바꿔도 보았다. 여전히 한 쪽만 소리가 났다.
알리에서 구입한 변환젠더가 문제였다. 접촉 불량으로 왼쪽 소리만 들렸던 것이다. 이어폰 단자를 변환젠더에서 살짝 뽑아주면 양쪽 소리가 정상으로 나지만, 끝까지 밀어넣으면 한쪽만 들렸다. 알리에서 주문한 8개 중 대다수가 이런 증상을 보여주었다. 그나마 양쪽 소리가 모두 나오는 변환젠더도 살짝만 건드리면 소리가 나왔다 안나왔다를 반복했다. 명백한 불량이다. 이걸 반품해버릴까 했지만, 어차피 다시 받는다고 해도 똑같을 것 같았다.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변환젠더들을 각각 다른 판매자에게 구매를 했는데, 이또한 의미없는 짓이었다. 그냥 위 사진에 나오는 두 종류가 다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나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변환젠더의 불량으로 고생하다가 아예 전용 케이블까지 자작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변환젠더 수리를 해봤다는 글은 없었다. 나는 실패해봐야 손해볼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변환 젠더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구조를 모르니 분해가 무척 어려웠다.
- 슬리브 부분(ground)과 커버를 각각 펜치로 잡고 비튼다.
- 어느 정도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면 그냥 커버를 쑥 잡아 빼준다. 커버를 빼주는 방향은 제품마다 다르다.
손으로는 아무리 잡고 씨름해도 꿈쩍도 안 하던 것이, 펜치로 잡아돌리니 너무나도 쉽게 분해가 되었다. 막상 분해를 해놓고 보니 그동안 고생한 것이 조금 허무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만큼 간단한 구조였던 것이다.
위 사진의 분해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길이가 짧았던 변환젠더가 더 고급인 것처럼 느껴졌다. Tip 부분과 Ring 부분을 각각 양쪽에서 잡아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조도 더 튼튼해보였다. 뭐 그래봐야 그게 그것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분해를 해놓고 이리저리 살펴보니 한쪽만 소리가 나왔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변환젠더의 접촉부가 딱 절연체게 닿아있었기 때문이다. 이러니 이어폰을 살짝 빼줘야 Ring부분에 제대로 접촉이 되었을 테고, 그래야 양쪽으로 소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 수리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변환젠더의 금속 막대기를 쭉 폈다가 새로 구부려준다.
롱노우즈로 쉽게 구부려졌기에 작업 난이도는 무척 쉬운 편이었다. 이렇게 8개의 변환젠더를 모두 수리하고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덕분에 애초에 구상했던 유선-인이어 모니터링 시스템은 완벽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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