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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

오디오 믹서의 역할과 PFL버튼의 기능


   지난 글에서 어쩌다보니 작은 교회의 음향 담당을 하게 되었다고 적었다. 그런데 사실 처음에는 '어설프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실제로 장비들을 다루려다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그래서 기초부터 다시 배우자는 생각으로 손에 잡은 것이 바로 기기 매뉴얼(설명서)이었다. 우리 교회는 믹서로 Soundcraft사의 SPIRIT LX7을 사용하고 있다. 아날로그 제품으로 모노 32채널 + 스테레오 2채널을 지원하는 제품이다. 이 장비의 사진은 지난 게시글에 올렸기에 따로 올리진 않겠다.

2019/10/30 - [음향] - 완전 초보의 마이크 볼륨 세팅하기 (그리고 피드백 잡기)

 

완전 초보의 마이크 볼륨 세팅하기 (그리고 피드백 잡기)

딸이 태어난 뒤로는 자모실에서 우리 세 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리는데, 본당이 아닌 이곳에서 예배 드리기가 참 힘들었다. 찬양단 소리는 성인이 듣기에도 너무 커서 아기들 청력에 이상이 생길까 염려스러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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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뉴얼을 처음부터 끝까지 2-3번은 읽은 것 같다. 초보라서 그런지 한 번만 읽어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매뉴얼을 읽고, 실제 운용을 해보고, 다시 매뉴얼을 읽는 과정을 통해 이제는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 같다. 일단 믹서를 사용하기 위해선 오디오 신호의 흐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 그 전에 왜 mixer라고 부르는지 잠깐 언급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나온다. 스피커는 전기 신호를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공기의 떨림)로 바꾸어 주는데, 이를 위해선 충분한 양의 전기적 신호가 있어야 한다. 즉 증폭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증폭을 해주는 것이 바로 앰프다. 그러면 앰프는 어디서 신호를 받느냐? 바로 믹서다. 사실 보통은 믹서와 앰프 사이에 그래픽 이퀄라이저(GEQ)라는 것을 중간에 넣어주지만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GEQ는 그냥 소리를 다듬기 위한 장비이다. 없어도 소리는 난다. 물론 피드백이 날 경우 GEQ가 없다면 상당히 난감할 것이다. (GEQ로 피드백을 잡는 방법은 위에 링크해놓은 글에 대략적으로 설명해놓았음) 다시 믹서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해보자. 그냥 쉽게 우리가 주방에서 쓰는 믹서를 한 번 떠올려보자. 믹서에 각종 야채와 과일을 넣고 갈아버리면 모든 맛이 어우러진 한 잔의 음료가 나온다. 생긴건 딴판이지만 하는 역할은 비슷하다. 오디오 믹서는 수 많은 마이크, 전자악기, 또는 컴퓨터 등에서 나오는 소리들을 하나로 합쳐준다. 이렇게 합쳐진 오디오 신호(전기 신호)는 앰프로 보내지게 되는 것이다.

  믹서는 단순히 소리를 하나로 합쳐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디오 신호의 소스(source)는 다양하다. 그것은 마이크가 될 수도 있고 신디사이저나 베이스기타, 전자드럼 혹은 스마트폰일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소스는 다양한 수준의 신호(전기 신호)를 믹서로 전달한다. 마이크만 해도 제조사나 종류에 따라 생성해 내는 신호가 다 다르다. 일반 다이나믹 마이크(별도의 전원이 필요 없음)와 콘덴서 마이크(별도의 전원 필요. 보통 팬텀파워를 넣어줌)만 놓고 보더라도 그 차이가 무척 크다. 같은 사람이 같은 성량으로 소리를 내더라도 마이크에 따라 생성해내는 전기 신호가 다르다는 말이다. 이런 다양한 신호들을 단순히 하나로 합치기만 하면 엉망진창의 소리가 날 것이다. 아마도 신디사이저 소리는 엄청 크게 나오고 마이크 소리는 거의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믹서에서는 각 신호(채널) 별로 볼륨을 조정해줄 수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교회에서 음향 담당자는 이 일을 가장 많이 할 것이다. 물론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한 작업들, 예를 들면 채널별 EQ조절, 패닝, 각종 이팩터(딜레이, 컴프레서 등) 사용도 해야 한다.


  • Phantom Power: 팬텀파워. 믹서에서 마이크 또는 악기로 쏴주는 전원을 말한다. 보통 48V라고 써있다. 팬텀파워는 보통 캐논 단자만 지원한다. 흔히 쓰이는 55잭으로는 팬텀파워가 안 나간다.
  • EQ조절: 음색을 조정한다. 보통 아날로그 믹서에서는 high(고음역), mid(중음역), low(저음역)로 나누어서 각각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
  • Panning: 오디오에서 패닝은 쉽게 말해 좌우 스테레오 조절을 뜻한다. 소리를 왼쪽으로 보내거나(오른쪽 스피커로 가는 신호를 줄인다) 볼륨 오른쪽으로 보내준다(왼쪽 스피커로 가는 신호를 줄인다). 패닝을 하는 목적은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싱어들의 소리가 모두 한가운데 몰려있다면 답답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리드싱어의 소리가 묻혀버린다. 백보컬들을 좌우로 분산시켜줌으로써 보다 좋은 소리를 얻어낼 수 있다.
  • Delay: 소리를 지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 피드백을 줄이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
  • Compressor: 최근에는 너무 큰 소리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예를 들어 설교자가 갑자기 콘덴서 마이크 가까이 입을 대고 큰 소리를 낸다면 아마 고막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낄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볼륨 이상에서는 소리가 더이상 커지지 않도록 일종의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역할을 한다.

  믹서 내부에서의 채널 별 볼륨 조절을 하기 위해선 앞서 언급한 오디오 신호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신호란 전기적 신호를 말한다. 마이크 이후, 스피커 이전의 신호는 모두 전기적 신호이다. 마이크나 악기에서 들어오는 신호는 일단 Gain(또는 SENS)을 거쳐 EQ로 가고 AUX와 PAN으로 간다. AUX 신호는 AUX master를 통해 밖으로 나가고, PAN 신호는 Fader를 거쳐 지정된 출력단(보통 메인스피커)으로 나간다. 아마 대부분의 아날로그 믹서는 이런 과정을 거칠 것이다. 참고로 아날로그 믹서에서 AUX는 보통 모니터 스피커 또는 이펙터로 사용된다. 참고로 우리 교회 믹서의 경우 aux에 pre/post 버튼이 없다. 무조건 pre로 적용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pre는 페이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위에 적어놓은) 흐름을 따라가고, post는 페이더에 영향을 받아 나가는 신호의 양이 결정된다. 물론 이 때 패닝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aux는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로 신호가 나가기 때문이다.

사진에 보이는 것이 페이더 부분이다. 옆의 버튼들(MONO, MIX, 1-2, 3-4)을 눌러서 보내고자 하는 출력단을 선택할 수 있다. 보통 MIX가 메인스피커로 나가는 신호이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네모난 것이 페이더다. 이것을 위로 올리거나 내려서 볼륨을 조절한다. 그리고 MUTE라고 써있는 버튼은 페이더 레벨에 상관없이 무조건 소리를 뮤트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 페이더 레벨은 0이라고 써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놓고 쓴다. 0에서 보다 위로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끔씩 5까지 올리는 경우는 있지만 10까지 올리지는 않는다. 10까지 올려야 하는 경우라면 게인 값을 잘 못 잡은 것이다. 페이더는 볼륨을 줄이는 용도로 쓰는 것이지 증폭시키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믹서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바로 PFL버튼일 것이다. Pre-Fader Listen의 약자로서 페이더 레벨에 상관없이 소리를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해주는 버튼이다. 실제 스피커로 소리를 내보내는 상황에서 이 버튼을 눌러도 '청중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비록 청중에게는 의미없는 버튼일지라도 믹싱자에게는 아주 중요한 버튼이다. 이 버튼을 누르면 '믹서의' 모니터 스피커(싱어나 연주자를 위한 모니터 스피커가 아님)에서 다른 소리는 사라지고 이 채널만 들리게 된다. 이 때 페이더 레벨이 제일 아래로 내려가 있더라도 소리가 난다. 여기서 들리는 소리는 Gain, EQ, PAN이 다 적용된 소리다. 예배 또는 공연 중 실시간으로 소리를 조절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기능이다. 사실 이 PFL버튼에 대해 적어두려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인데, 어쩌다보니 조금은 장황한 글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뭐 적어둬서 나쁠 건 없으니 이대로 기록해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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